흙 - 뜰과 텃밭 이야기

글수 73
제 터의 중간 마당 조경석 앞에는
벌개미취가 제법 두툼하니 줄지어 심어져 있는데
재작년 봄쯤, 제 여동생이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구절초 몇 포기를 캐다
그네들 틈바구니에 심었었습니다.
작년 이즈음에는 구절초의 꽃 무리가 그럭저럭 풍부해 보였는데
올해는 꽃이 진 벌개미취를 죄다 베고 난 자리가 휑해서인지
조금 을씨년스러워 보입니다.
그래도 가까이 들여다 보면
가을 햇살을 닮은 순백의 구절초 꽃이 제 마음을 밝게 합니다.
올봄 튤립이 필 무렵쯤,
막 새 움이 트려는 그네들이 좀더 튼실히 자라라고
새 흙으로 돋아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새 흙을 비집고 나오는 시간이 길어져
자신들의 영토를 벌개미취에게 선점당해 그러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네들이 그네들 습대로 막 자라는 것도 괜찮았는데
어설픈 제 마음이 끼여들어 생긴 작은 사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작은 사단을 일으키고야 말았는데
그것은 구절초 화단으로 지정된 작은 영토를 침범한 벌개미취를
며칠 전 죄다 정리한 일이 그것입니다.
번식력이 왕성한 벌개미취 때문에
뿌리로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구절초는
씨를 뿌려 마당 앞으로 앞으로만 나가려고 합니다.
이는 제가 바라는 상황이 아닌지라
그 영토의 주권이 구절초에게 있음을
벌개미취 영주들에게 가르쳐준 사단이기도 했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시기를......
석양빛 때문인가요?
주변 주금산과 서리산 그리고 제 뜰에
다채로운 가을 빛이 언뜻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높아가며 들이 쉬는 깊은 호흡이
가을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붓칠을 합니다.

그리보니까 노란 해바라기는 여름 햇살을 닮았고,
하얀 구절초꽃은 가을 햇살을 닮은 듯하네요.
구절초꽃......
향기와 자태에 마음 머울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