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안개로 뒤덮인 비금리.jpg

 

가을을 불러들이는 계절의 손길이 비금리 산야의 캔버스를 옅은 안개로 지우는 모습 속에서

한 색깔만을 고집했던 여름과는 판이한, 해탈의 색깔이 만들어지는 것을 봅니다.

그 느낌을 알아챘는지, 넝쿨 장미의 꽃송이 몇몇은 그 분위기에 교감하는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가을이 만들어지는 수고를 모르고 저는 그 해탈의 색깔을 가을이라 인식하는 우를

올해도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마음도 이런 편견과 고집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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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 조생종 밤나무가 인간세상을 닮은 밤톨들을 떨구기 시작했는데

개중에는 제 눈에 선뜻 들어오는 크기의 밤들도 있어

아침이면 마당가에 떨어진 밤을 줍는 일이

제게 새로이 부가된 일과의 하나가 된지는 며칠 되지 않았습니다.

먹을 만한 크기의 밤들은 데크 위 바가지에 담아 놓는데

쪄서 먹을 때도 있고 밤밥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작은 밤들은 주어서 아랫 마당 한 켠에 모아 놓는데

그 곳은 토종 다람쥐가 아침이면 산책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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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아랫마당 빨강색 우체통 바로 위의 밤나무에만 신경을 쓰는데,

그것은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장이나 교회에 따라 다니다 보면

제 보챔을 다스리려 어머니가 건네주었던 왕사탕만한 밤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그 밤나무의 밤톨들을 누군가에게 다 털렸었기 때문에

요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의 잠자리 보다 먼저 챙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저와 어머니도 처음 이 곳, 비금리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부터 

이 곳 어른들께 배운대로, 가을 밤을 열심히 거두어 쩌서는

냉동고에 얼려두고 어느 때든 꺼내 먹을 수 있겠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람쥐나 다른 짐승들에게는 주식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많은 양을 버려야 했던 저는, 제 욕심을 보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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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마당에 금잔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으레 저렇듯, 늘 건강하게 피어 살려니, 하고 저도 관심이 뜸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흔한 꽃이다 보니

너무 흔한 말이나 립써비스처럼 저도 그리 스쳐 지나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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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짙은 붉은 과꽃을 보노라면

여름의 녹음에 지친 눈을 회복시킬 수 있는 색깔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대립적인 보색의 관계라는 것이 때로는 서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들어냅니다.

이 때, 회색지대의 존재감은 설 자리가 없지요? 

어제 MBC 100분토론에서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의 이도 저도 아닌 주장과 견해를 들으면서

회색지대의 인간을 보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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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의 꽃이 진지라

지난 주에 줄기를 죄다 잘라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던 구절초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네들의 꽃망울이 맺혔습니다.

필 때는 순백의 몸으로,

질 때는 옅은 보랏빛 숨을 토해내며 지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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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꽃도 피려나 봅니다.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