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 뜰과 텃밭 이야기

작은 텃밭
약 2.5미터 정도의 3이랑이 있는 작은 텃밭.
약 3000평의 땅을 홍천에 가지고 있는 친구가 제 텃밭을 보고는 엄청 큰 농사 짓는다며
우스개 소리를 했었지요.
그 작은 텃밭에 심었던 고추가 이제는 잎이 점점 누렇게 변하고,
달리는 고추도 꼬부라지면서 볼품이 없어졌습니다.
여름 내내 풋고추를 따서 아주 맛있고 싱싱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지요.
며칠 전에 고추를 갈아 엎었습니다.
그 자리에 배추를 심기 위해서 그새 자라난 잡초들도 모두 뽑아주고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서 밭에 그늘을 드리우는 잡풀들도 모두 뽑아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정리해 놓은 텃밭을 일주일 동안 그냥 두었습니다.
노인자살예방 강사 교육을 받느라 3일을, 비구조화 집단상담에 참여하느라 3일을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에 입원하시고 수술하시는 어머니도 찾아 뵙지 못했습니다.
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아침 일찍 종묘상에 다녀왔습니다.
김장 담을 일 없겠기에 배추 10포기만 샀지요. 천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알타리 무씨를 샀습니다. 몇알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아까웠지만
종묘상 사장 말씀이 남은 씨를 냉동실에 두었다가 다음해에 뿌리면 된다고 하네요.
그렇게 배추 10포기를 두 이랑에 심고, 한 이랑에는 알타리 씨를 뿌렸습니다.
이미 겨울 김치 걱정 다 끝났습니다.
작은 농사 지어놓고 어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어머니는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릎 관절 수술을 무료로 시술해주는 아주 기특한
병원을 만나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수술자리가 아물지 않아서 많이 아파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재활치료 열심히 받고 이전보다는 잘 걸어서 다닐 날을 희망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추 10포기 심고, 알타리 씨 뿌리고 마음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기쁨과 풍요를 선사하는 작은 땅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흙을 만지고 흙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바쁜 일상 중에 여유라는 선물을 제게 줍니다.
농사라 할 수도 없는 흙장난을 스스로 농사라 이름 붙이며 뿌듯합니다. 하하하

작은 텃밭에서 제대로 흙장난을 즐기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저는 김장용 채소를 심지 않았는데, 그냥 이 정도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 꽃처럼, 시어머니의 빠른 쾌유가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