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에 언뜻 비친 해가 그리 반가울 수 없습니다.
제 동공만한 맑은 하늘이 열리면서 비친 햇살입니다.
계절따라 속절없이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제 빈약한 마음도 저는 봅니다.

동녘의 창으로 밝게 쏟아지는 아침 햇빛을 받으면
제 마음도 그네처럼 밝아집니다.
오늘처럼 동녘과 남녘의 유리창에 센바람으로 인해 빗방울이 맺히면
마음 한가득 안개가 낍니다.

잠시 비바람이 잦아들 때,
뜰을 거닐며 제 벗들의 표정을 살핍니다.

어떤 벗은 이러한 날씨를 즐기기도 합니다.
주로 나무 종류가 그러한데
앵두 나무에는 안개꽃같은 흰 꽃이 피기 시작했고
겹벚꽃 나무와 매실도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자철과 백철 그리고 연산홍도 곧 출산이 임박해 보입니다.
복사꽃은 감감 무소식!

연약해 보이는 자색의 투명한 줄기에 매달린 붉은 색의 금낭화 가지가
4월의 잔인한 날씨를 조금 힘들어해 하는 것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그네들에게 힘을 보태는 마음을 열어 보입니다.

"내일까지만 좀 더 버텨!
곧 생명수같은 햇빛이 너의 허리를 튼튼하게 해줄테니까."

올망졸망 모여 이 와중에도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는 매발톱 화단과 
촛불 축제 준비에 한창인 꽃잔디 밭의 표정은 활기가 가득합니다.
누군가에는 '비극적 상황'이 또 다른 누군가에는 '희극적 상황'이 되는 것도 같은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도 아닌 것이
그들 나름으로는 자기 몫의 삶을 살면서 자기 삶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서로 위안이 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햇빛이 보고잡다!

전원등.jpg 

데크 난간에 붙박힌 태양열 전원등이
궂은 날씨 속에서도 옅은 빛을 받고도 불을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빛들이 고마운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