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 - 내 마음 네 마음

글수 114
어제는 온종일 희주에게 어머니를 맡기고는 소주와 막걸리를 많이 마셨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희주의 취업 현실이 만만치 않아 그를 구실 삼아 마셨던 술입니다.
덕분에 초저녁 무렵부터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새벽 네 시쯤 일어나 어머니 방을 들여다 보니
어머니가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고 뒤척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침상에 놓인 온열 매트의 온도 조절기를 들여다 보니 2번에 세팅이 되어 있어
급히 4번으로 세팅하고 근적외선 히터로 방 전체를 데워 주었는데 그후 다시 곤히 주무셨습니다.
어머니 침상 곁에는 응급시에 사용하는 무선 벨 스위치가 있는데
어머니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다 보니 제 잠자리가 늘 편하지 않습니다.
아침 9시쯤 일어나 화장실에서 예쁜 변을 보신 어머니께
이왕 욕실에 들어왔으니 샤워를 하자고 하니
예의 그 짜증스러운 거부의 말씀을 하십니다.
다음에,
다음에......
욕실 히터를 켜고 어머니의 겉옷과 속옷을 벗겨
머리를 감기고 샤워를 시켜 드리니 이내 시원하다, 라는 말을 남발하십니다.
이럴 때는 여자라는 단어가 저로써는 참 지겹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아침 일과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다락방의 희주를 깨웁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희주를 보니 머리에 찬 물수건을 올려놓은 채로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지난 밤 시간,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를 처치했던 시간이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희주가 다운된 모습을 보면서,
왜 감기가 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할 겨를이 없이
다급하게 구급 상자 속에 있는 감기약과 우황청심원을 시차를 두고 먹였는데
다행히 오후에는 말짱해진 녀석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지도 지가 막닥뜨려야할 세상의 거친 삶을 맛보기로 경험하다 보니
힘들었을 거라는 추정을 아빠는 합니다.
저녁입니다.
오늘 저녁은 해물을 듬뿍 넣은 짬뽕을 해먹을 생각입니다.
세상이 매울 수록 매운 맛의 음식을 해먹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마음도 짬뽕처럼 되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 탓인지 모르지만 강의시간내내 눈꺼풀이 가물가물 내려와 시야를 덮어 버립니다.
상담이 뭔지, 자문이 뭔지를 구별하여 강의하시는 분이 모대학교의 한성열 교수라는 군요.
오늘까지 벌써 눈꺼풀로 4강을 채웠습니다.
상담을 위한 심리학 강의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필요할까 하면서 졸린 눈으로 들었지만 그래도 텅빈 메모리 창고에 꽤나 집어 넣었나 봅니다.
상담자의 자세가 내담자의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지 벌써 알아차렸으니까요.
하지만 5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임차 수렁에 빠진 듯한 허우적거림이 애써 정돈된 상담심리에 난파를 일으킵니다.
이럴 때 누군가 끓여 놓은 짬뽕 국물을 좀 마시면 안정이 될려나....
군침 넘어갑니다.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