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막걸리를 입에 대지 않았는데도
그리 불편할 것이 없었던 것을 보면 그도, '있어도 그만이요, 없어도 그만'인 대상이었나 봅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월매 막걸리 가격이 수동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올 초부터인가 300원이나 인상되어
1,000원에 판매하는 장수 막걸리로 바꾸게 되었는데 입에 그다지 맞지 않다 보니
장을 보러 가서도 주류판매대에 가는 횟수가 자연히 줄게 된 것이 첫째 이유이고,
제 궁색한 처지에도 한 달이면 5만원 이상 지레 지출되는 술값이 그동안 못 본척하며 지내던 제 마음의 균형상태를 깬 것이
실은 보다 솔직한 이유입니다.^^*

단번에 쉼없이 읽을 필요가 없이 쉬엄쉬엄 바꿔가며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부엌 창턱에 몇 권 세워져있는데
그 가운데서 오늘은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라는 책을 펴들었습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혼란스런 감정이나 다른 문제들을 디딤돌 삼아, 자신이 본래 가진 지혜, 자신감, 투명함, 기쁨에 이를 수 있다고
저자인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는 자신의 저서인 즐거운 지혜(Joyful Wisdom, 류시화.김소향 옮김: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에서 말합니다.
20세기의 어느 영향력 있는 철학자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불안의 시대'라고 명명한 것에 대해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사람들 마음 속에 남긴 깊은 상처와 인간이 이룬 기술적 진보 이면의 그늘진 면에 대한 이해에서 더 나아가
인간 역사의 모든 장은  '불안의 시대'로 묘사될 수 있으며, 이는 현 시대만의 특징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수십 세기 동안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었다는 통찰을 합니다.

불안과 그로 인한 혼란스런 감정들에 사람들은 대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하게 되는데
그것은 달아나려고 하거나 아니면 그에 굴복하는 것인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국은 삶에 더 크고  더 복잡한 문제를 만드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 답은 마음의 문제와 친구 되기(마음챙김?)임을 언급하면서 그 접근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삶을 조건 지우는 여러 형태의 불안의 성질과 원인을 우리가 처한 근본 상황 속에서 이해하고 이를 안내자로 삼아
참본성을 자각하는 방법을 탐구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슴을 열며 지혜를 키우는 명상법과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문제 그리고 개인적인 문제들에 적용하는 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은 그렇고......

평소보다 그렇게 이르지도,  그다지 늦지도 않게 희주를 깨워 어머니와 함께 미역국과 잡채로 아침 식사를 하던 참에
희주가 친구와 통화하던 얘기를 잠시 듣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과 교수님이 운영하는 피부관리샵에 다니던 희주의 친구가 희주에게 고충을 털어놓길,
월 8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그도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면서 50만원만 주더랍니다.
12시간 이상을 그 아이가 어떠한 심정으로 일을 했을지는  자연스레 짐작이 되었는데
그 친구의 아버지가 자기 자식에게 했던 이야기가 아마 제가 희주에게 했던 이야기와 너무도 똑같았다는
얘기를 희주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착취가 심하구나!"

아마 그 아버지도 제게 일찌기 있었던 그 분노의 마음을 삼키느라 속으로는 슬픈 생각을 했을 것같습니다.
어버이로써 자식을 어디까지 어떻게 뒷바라지해야 하는 걸까, 하는......

희주에게 아주 원론적인 대답밖에는 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이러합니다.

"희주야,
네가 진정 가고자 하는 길이 그 길이 맞다면 돌뿌리에 간혹 걸려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아빠는 생각해.
그렇게 너희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실은 아빠도 무척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 길이 네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빨리 방향을 트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어.
하지만 애써 배운 전공을 살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더욱 생길 수 있지."

요즘 요리를 자주 하다보니 알게된 뒤늦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는 아무리 잘 배합된 양념도 숙성과정이 있어야 제 맛이 나더라는 것입니다.
감자탕 양념도 그랬고, 어제 재워둔 잡채용 양념장이나 콩나물밥에 넣어 먹는 양념장 또한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식에게 양념장 맛을 얘기하기에는 그들이 놓인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공중파 방송의 변화를 진작 감지했는데 국정 홍보성 영상물 못지 않게 은연중 늘어난 것이
관점과 이념의 분명한 차이를 긍정적 사고의 이해로 국민을 순치시키려는 억압성 영상 메시지들입니다.
이 정도의 느낌에 다다르면, 현실 세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저도
방금 읽은 그 책의 효과가 반감되는일이 일어나는데 오늘 이 시각 제 마음이 그러합니다.

그 억압성 영상 메지들은 이리 수군댈 겁니다.

"그건 니 탓이지 네 탓이 아니야!"

"즐~~"

어스름 설경.jpg 

눈이 세차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막걸리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칩니다.^^*
창 밖으로 눈 구경하시는 어머니께 공연히 다가가 빈말 아닌 속내를 얘기합니다.

"엄마, 우리 막걸리 한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