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 - 내 마음 네 마음

요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에는 밑줄을 그면서 보는 책이 하나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입니다.
900여쪽에 달하는 그 책을 아주 느리게 읽고 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곱씹어 읽을 수록 그들의 깊은 정신 세계가 서구인들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 위로 오버랩되어
이를 제대로 순치되도록 하는 과정이 제게는 필요했나 봅니다.
1830년 들소 샛강(버팔로 크리크) 인디언 보호 구역 안에서 삶을 마칠 때까지
인디언의 고유 문화와 종교를 지키는 데 헌신했던 세네카 족의추장, 빨간 윗도리(사고예와타)가
어느 모임에서 행한 연설문을 지난 수일 동안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인디언을 개종(改宗)시키기 위해 그 부족을 찾아온 젊은 선교사, 조셉 크램의 요청으로 그 모임은 시작되었는데
그 선교사는 신의 마음에 들도록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고 마음에 빛을 주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그 추장은 종교적 자유를 찾아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이주한 사람들(주로 청교도의 후예들)이
결국에는 자신들의 땅을 빼앗고 종교까지 강요받는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전통적 삶에 대한 위대한 정령(신비 또는 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위대한 정령은 얼굴 붉은 사람들(인디언)이 사용하라고 이 대륙을 만들었으며
들판 가득 들소와 사슴 등 온갖 동물을 뿌려 놓았다."
이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대륙으로 건너온 선교사의 조상들이
그들을 정착하게 도운 자기 조상들의 배려와 나눔을
독(위스키), 기만행위, 부족간의 이간질 그리고 적대적 전투로 갚아
수많은 부족이 결국 멸종에까지 이르고 자신들의 땅을 빼앗긴 슬픈 역사를 들려주며
자신들의 종교와 백인들의 종교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의 연설을 시작합니다.
"당신은 말한다. 당신이 따르는 그 길만이 신을 믿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만일 그런 식으로 단 하나의 종교만 존재한다면 왜 당신들 얼굴 흰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그토록 의견이 다른가?
당신들 모두 그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왜 서로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 점을 이해할 수 없다.
......
......
......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종교란 사람 개개인과 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의 가장 강렬한 측면에만 의식을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경험적 주의.주장을 축적해 결국은 순수 자각이 아닌 배타적 의식을 형성하는 듯도 싶은데
이러한 차이가 관점의 차이인 듯 싶었습니다.
선교사가 보기엔 틀림없이 문제가 되고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는 유일신에 대한 그 추장의 깊고 합리적인 통찰은
더욱 감동적입니다.
"형제여!
신은 당신과 나 모두를 만들었지만 우리 둘 사이에 큰 차이를 두었다.
얼굴도 다르게 만들고 관습도 다르게 만들었다.
당신들에게는 기술 문명을 주었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에 대한 눈을 틔워 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다른 많은 것들에서도 신은 차이를 있게 했다. 따라서 종교 역시 그렇지 않겠는가?
신은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에게는 얼굴 붉은 사람들의 세계에 어울리는 종교를 주었다.
신이 잘못 판단할 리 없다.
신은 자신의 아들들에게 무엇이 가장 적합한가를 알고 있으며, 우리는 그 판단에 만족해 왔다.
......
......
......
검은 코트를 입은 자들(선교사들)은 자신들처럼 우리들도 빛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위대한 정령에게
기도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들끼리 그 빛을 놓고 논쟁을 일삼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다."
저는 이 대목에서 순수한 자각 속의 신앙과 마음 밖으로 삐쳐 나온 구속적 종교의 다름을 언뜻 느낄 수도 있었는데
그 인디언 추장은 더욱 당당하게 선교사가 이야기한 대속(代贖) 사건을 염두에 두고 연설을 이어갑니다.
"형제여, 당신들에게는 당신들의 종교가 더 옳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종교는 당신들의 방식에 잘 어울린다. 당신들은 자신들이 위대한 정령의 외아들을 죽였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이 이 먼 나라까지 와서 온갖 고난과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살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우리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우리는 위대한 정령을 사랑하며, 당신들처럼 무자비하고 부당하게 행동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위대한 정령도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우리에게 평화와 풍요를 주었다."
빨간 윗도리 추장이 말을 마치자, 그 자리에 모인 인디언들은 악수를 하려고
백인 선교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만 조셉 크램이라는 그 젋은 선교사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종교와 악령들 사이에는 우정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
통역을 통해 그 말을 전해 들은 인디언들은 미소를 지으며 다만 평화롭게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당연히 논리와 합리적 태도는 서구에서 비롯된 사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들은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그러한 태도를 갖게 된 것일 뿐
그 이전에는 종교적 야만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