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제가 제대로 잠을 자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잠자리 상태가 몇 날 며칠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공주가 마지막 숨을 토해내기 전의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일 것이라고
저는 나름으로 짐작도하고 합리적인 원인으로 내세우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사실을 제 마음은 알고 있습니다.

공주가 죽기 30분 전,
자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저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지도 힘에 부치는지 더 이상은 나가지 못하고 주방 한 켠에 많은 양의 소변을 보았었습니다.
그때 그 처절한 공주의 모습이 지금도 간혹 떠올라 마음 한 켠이 너무 아립니다.
어머니의 잠자리용 패드를 다용도실 전체에 도배하듯 깔아주었는데
밖에서만 용변을 처리하던 자신의 습대로 하려던 지 삶의 그 마지막 모습이
마치 저에 대한 마지막 배려인 듯 싶어 그 모습을 떠올리면 절로 눈물이 납니다.

그저께는 큰 누이 덕에 초저녁부터 맘껏 막걸리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이틑날 오전 11시 너머 일어났는데 그날 하루 종일 몸이 무거웠습니다.
다용도실과 데크 위의 재활용 바구니를 보니 빈 통이 3통이나 있었습니다.
또한 이틀 동안 못 핀 담배를 피우느라 그랬는지
데크 아래 중간 마당 여기저기 제가 피고 날린 많은 꽁초들도 보았습니다.^^*

오늘은 새벽녘에 내복을 입은 채로 일어나서는--보통은 옷을 제대로 챙겨 입는데--
기계적인 일상을 시작합니다.
늘 그렇듯이 어머니의 오버나이트용 기저귀를 주간용으로 교체하고
사지압박 순환장치를 채워 드리고는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은 커피 한잔을 창가에 놓아 둡니다.
물론, 전동 침대의 상체 부분을 세우고 태양빛과 유사한 근적외선 히터를 켜 
어머니가 창밖의 어스름 새벽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잔 하는데 무리가 없게 합니다.

메모장을 보니
오늘 아침 식사 메뉴로
콩나물국과 돈까스 그리고 샐러드가 적혀있습니다.
술을 먹은 다음 날은 저도 기억이 깜빡하는지라
이제는 메모를 하는 습이 생겼습니다.

1리터용 우유 용기에 채에 걸러 넣어 둔 재사용 식용유를  튀김용 그릇에 부어
타원형의 돈까스를 튀깁니다.
콩나물도 깨끗이 씻어 국그릇에 앉히고는 맑고 시원하게 끓여냅니다.
양상추의 곁 잎 몇 개를 뜯어내 몇 차레 깨끗이 씻어내고는 두 종류의 샐러드 소스를 섞어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희주가 먹는 모습이 그리 맛스럽지 않습니다.
제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만든 식사이고
내복 바람에 그 식사 자리에 끼여서 그런가 봅니다.^^*

창밖으로 비치는 구름 잔뜩 낀 하늘이 조금 우울해 보이긴 하지만
시간상으로는 제가 가장 편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게발 선인장 IN.jpg 

며칠 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게발 선인장을 봅니다.
남향 집인지라 창가에 바짝 붙은 줄기와 가지에는 많은 꽃망울이 맺혔는데
그 이면은 다소 어둡게 느껴져서 어느날 그 화분을 정반대로 돌려주었습니다.

게발 선인장 out.jpg 

그랬더니 꽃망울이 엄청 그 며칠 새에 달리기 시작했는데
저로써는 정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이념과 사상 논쟁 그리고 삶의 다양한 이면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요즘입니다.
덜 진화된 역사를 공주처럼 토해놓고 죽어야 하는 시기니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도 스스로 내놓아야 얘기할 수 있는 폐쇄적 성격의 심정적 환경들인데
오늘 아침,  '아침 마당'을 어머니와 함께 보면서 그저 깔깔 웃었습니다.
하지만 웃기만 하지는 않았고 짐짓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어머니의 태고적 잔소리로부터 시작된 저 얘기를 언제쯤이나 듣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