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만큼 남았네.jpg 

어제 오후쯤부터
중간 마당과 깬 돌이 깔려 있는 아래 마당의 조경석 아래 화단부터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어린 생명들에게 제 도움의 손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내내 일년생 풀꽃들의 자손들과 다년생 풀꽃들의 뿌리가 
매마른 낙엽 속에 파묻혀 새 생명을 내보내는 거친 숨을 토해낼 즈음이었는데,
다행히 제 손길이 크게 늦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머물던 겨울 그림자의 후환이 두려워
거두기를 머뭇거리던 낙엽 속에서
그네들은 나름 찬란한 봄을 잉태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반갑다!

산허리를 끼고 뒷곁으로 내려가는 데크  계단 옆에 심은 튤립은
두텁게 쌓인 낙엽때문에 창백하게 자란 줄기 여럿을
아쉽지만 잘라주었습니다.

앙증스러운 표정이 담긴 부채꼴 얼굴의 무수한 매발톱 잎들을 보니
초등학교 1학년 어느 교실의 풍경이 절로 떠오릅니다.

자수정 빛깔로,
마치 서릿발처럼 돋아 오르는 금낭화 줄기를 보면서는
제게도 찾아온 봄빛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할미꽃 화단도 지난 해의 잔재를 깨끗이 정리하고 들여다 보니
하얀 솜털로 뒤덮인 자주색 몸을 만들고 있었는데
불현듯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무수히 자라고 있는 꽃잔디밭 가운데
작은 딸기밭 앞 쪽의 깬 돌 틈에 자생한 녀석들 몇 몇은 이미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등 짝이 따스하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그렇고 그렇게 조숙해지나 봅니다.

낙엽을 치우니 마당이 훤해졌습니다.
며칠 전 농협에서 주문한 퇴비 10포대 가운데 2포대를 열어
풀꽃들과 여러 종류의 나무 모두에게 골고루 흩뿔려 주었습니다.
나머지는 텃밭용입니다.

공주가 묻혀 있는 복숭아 나무에게도 한 주먹씩 인심좋게 주었습니다.
공주의 분해된 소립자가 두 그루의 그 복숭아 나무에게 제대로 가주었으면 저는 좋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양의 낙엽들을 치웠는데
집 뒷곁에는 전날 누님이 모아둔 낙엽이 몇 무더기 남아 있습니다.
내일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그래, 다시 한수업 여사와 희주 그리고 나, 김준기의 찬란한 봄이 열린 거야!
음~  엄마랑 오랜만에 막걸리나 한 잔 할까?
낙엽은 좀 늦게 치워도 괜찮을 것 같아.
그 낙엽이 존재함으로 나의 봄이 더욱 아름다울테니까......'

나의 시간대로 다시 기쁘게 돌아왔습니다.

<그후>

다 치웠네.jpg 

흐려지는 날씨를 보고 모아 놓은 낙엽을 말끔하게 치웠습니다.
봄에는 이렇듯 날쌘 마음이 절로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