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 - 살아가는 이야기

글수 229

이른 새벽녘,
바람이 울부짓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라 불현듯 눈을 떴습니다.
알람 시계가 울리기 훨씬 전의 그 시각,
잠자리에 누운 채로 커튼이 열려 있는 창 밖을 내다보니
세찬 눈보라에 당당히 맞서 고군분투하는 겨울 나무들의 군무(群舞)가 으스스하게 다가왔습니다.
새벽잠을 설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그새 깊은 잠에 다시 빠져들었는데
결국은 아침 늦게 다시 그 바람 소리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거실 창문과 파티오 도어에 쳐진 커튼을 제치니
눈발이 강풍에 밀려 안개처럼 흐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데크 난간 기둥에 들러붙은 눈을 보니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눈발과 공모하여 오는 봄을 밀어내려 했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거실 창가 앞에서 붉은색·분홍색·흰색 얼굴을 한 제라늄이 신기한 듯 바깥 설경을 구경합니다.
두 달 후에 데크 난간에서 맞이할 지난 봄의 훈풍과 여름철 샤워가 그네들에게 선명히 기억날 듯 싶기도 한데
막바지 겨울의 이 거칠고 광포(狂暴)한 눈보라 또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겨울은 유독, 다른 해에 비해 엄청 춥기도 했지만
눈도 엄청 많이, 자주 내린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근데 눈이 싫지 않습니다.
길고 긴 겨우내 겨울 산의 까칠한 속살을 속절없이 들여다 보면서 지내는 것은
사실 어느 때는 그 자체가 절망감일 때도 있었으니까요.
눈 덮인 겨울 산의 푸근함이 저는 좋았습니다.
메마른 겨울 산을 보노라면
왠지 제 마음도 까칠해져 가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데크에 나가 들이 마시는 공기가 촉촉하니 참 좋습니다.
이럴 때는 담배 맛도 좋습니다.^^*
2010.03.10 1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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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도로에 쌓인 눈과 데크의 눈을 넉가래로 치우면서 사위가 고즈넉한 정적 속에 잠시 머물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