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남양주시 수동면 보건소의 어느 간호사분께 저녁 즈음 전화가 왔었습니다.
제 어머니가 시에서 내려 보낸 독감예방 접종대상자라
다음 날 오전 중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지난 해 어머니가 겪으신 상황을 그 간호사분께 얼추 전하면서
그 주사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은 제 마음을 전했는데
이는, 얼마 전 뉴스에서 그 예방접종을 받고 갑작스레 돌아가신 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분은 뜨뜻미지근하게 얘기를 했지만  요즘 그 예방주사약이 부족해 난리라는 얘기를 듣고는
다음 날, 희주의 수업 첫 시간을 펑크내면서까지 그 보건소를 찾아갔습니다.
희주의 도움이 없이는,
제 허리가 어머니를 업고 실내에서 제 차까지 가기까지 심각한 무리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마침 구리 한양대 병원의 신경외과에
어머니의 외래 예약도 잡혀있던지라
지난 4개월간 어머니가 직접 뵙지 못한 김재민 교수님께 인사도 할 겸,
수업을 펑크낸 희주도 학교 가까이 데려다 줄 겸해서,
구리까지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를 보시고
인정으로 반가워하는 기색이 저로써는 넘 보기 좋았는데,
교수님은 환자가 회복하는 기나긴 과정의 어느 시점을 확인하는 그 시점이 좋았을 것같았습니다.
반면, 어머니는 당신을 살린 의사를 보시고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저로써는 의외였었는데
주치의였던 그 교수님을 제대로 기억해 낸 것이 저로써는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감자탕.jpg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동 하나로 마트에 들러 국산 돼지등뼈를 샀습니다.
푸짐한 것이 가격은 10,000원입니다.
찬 물에 피를 빼고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슬로우 쿠커에 담고는
된장 1국자와 마늘 12알, 생강 2톨, 양파 한 알과 소주 2잔을 넣어 전원을 킵니다.
두 시간 후에 파와 소금 두 숟갈 그리고 밤 한 줌을 넣어주고는 저도 잠을 잡니다.
새벽에 일어나 청양 고춧가루와 제 터에서 만든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고추기름을
슬로우 쿠커에 더합니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희주에게 감자탕을 뚝배기에 내어주니
맛있게 잘 먹습니다.
이내, 희주를 보내고 어머니와 저도 아침을 함께 합니다.
전에는 점심과 저녁 사이 중간 시간쯤에 오시던 초대교회의 어른들이
제가 청소와 설거지를 끝마칠 즈음인 11시경에 오셨는데 
지난 주 야유회 체육대회에서 저희 1구역이 우승한 상품을 갖고 오셨습니다.
제 어머니께 필요한 가그린 두 개와 치약입니다.

저는 부랴부랴 점심을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정읍에서 온 햅쌀로 뚝배기에 지은 따뜻한 밥으로
밤새 고은 감자탕을 내놓았을 뿐입니다.

그 분들이 제가 만든 감자탕을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행복해집니다.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는 것같습니다.
제가 내놓은 반찬은 전남 고흥에서 온 깍두기 한가지 였습니다.

어제와 오늘 만난 사람들이 모두 고마웠는데
빨래를 하려다 주머니를 뒤지려니 명함 하나가 제 손에 잡협습니다.
어젯밤 늦게 희주를 버스종점에서 데리고 들어오면서
희주와 함께 그 버스를 타고 들어온 노부부가 건네준 명함이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한밤중에
그 두 분이 종점 위로 걸어가는 모습을 희주가 보고는,
제게 그 두 분을 모셔다 드리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저는 자동으로 그 분들 곁에 차를 세워 가실 방향을 묻고는
자연스레 그 분들의 집까지 모셔다 드렸었습니다.

그 분들이 고마웠던지 차 한잔하고 가라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지만 
제 어머니가 저희 두 사람을 몹시 기다릴 것라는 얘기로 차 한잔의 만남을 뒤로 미루었습니다.
그것은 그 노부부 가운데 할아버지가 제게 건낸 명함이었습니다.
부천에서 1년 전에 수동에 들어오신 그 부부만큼 제게 그토록 고마워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제 어머니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