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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른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휘몰아친 거친 비바람에 
형형색색의 낙엽들이 지들 겨울 잠자리를 찾아 간절기의 허공을 떠도는 마지막 모습을 잠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오늘 아침은 영하 4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고인 빗물은 꽁꽁 얼어 붙은 얼굴로 청명한 늦가을 하늘을 운 좋게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데크에서 동편 서리산의 빛바랜 풍광을 훒다가 계단 아래 단풍나무를 보니, 
작년 보다 열흘 정도 늦게 선혈처럼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아침에 제 약을 먹다가,
목이의 가루 약(소염제)를 개어 놓은 작은 컵을 물컵으로 착각하고 제가 마셨습니다.
요즘 제가 이렇게 깜빡깜빡 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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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으로는 올장마가 7월 하순경에 시작된 것 같은데
8월 10일쯤 텃밭에 심은 무와 배추 모종은 세 차례의 가을 태풍을 살짝 비켜나서인지
그럭저럭 잘 자라주었습니다.
너무도 일찍 찾아온 올추석과 달리 계절은 저마다 지 채움의 시간을 제대로 지켰던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마지막 날, 아래 집이 100포기 이상의 김장을 할 때
저는 튼실하게 자란 네 포기를 뽑아 알배추로 다듬어 맛김치(막김치?)를 담갔는데
누이들에게도 맛보기로 조금씩 나누어 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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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식해를 담글 때 사용한 무에서 나온 무청으로는 처음 무청 김치라는 것을 담갔는데
이도 지금은 맛있게 익어 밥상에 내놓을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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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들과 희주가 손꼽아 기다렸던 가자미 식해는 제가 맛을 보아도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그 맛과 얼추 비슷합니다.
희주에게 며칠 전 아침 밥상에 내놓으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고 그냥 흐뭇했었습니다.
가족 여행비 일부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이들에게도 고루 공평하게 나누어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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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것을 조심스레 기피하는 희주를 위해 올해는 백김치도 담갔는데,
3일 정도 숙성된 맛을 보니 새콤하니 시원한 맛이 들어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곧 다가올 본격적인 겨울에 앞서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가 밑반찬 걱정을 덜었고
냉장고의 냉동고도 냉동 식자재로 가득 채웠으니 올해 빠졌던 2Kg의 살은 저절로 채워질 겁니다.

찬란했던 가을 빛의 여운이 스멀스멀 초겨울 속으로 다가가는 수동의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