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 데크에 바로 서서 동편의 수동 서리산 정상에서 시작된 가을빛을 내내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올가을에는 한계령 가을 단풍이 보고 싶었지만 여전히 속초 여행을 못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산 격인 서리산과 제 텃밭을 통해 가을정취를 느끼며 지냅니다.
다행히 제 체중이 2kg 정도 빠졌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에 찐 3kg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서서히 빠져나가 김장철 전에는
78kg으로 되돌아 왔었지만, 올해는 막걸리 뱃살 1kg이 빠지지 않아 그냥 덧붙여 살기로 했습니다. 
 
보름 전부터 결구를 시작한 텃밭의 배추와 펑퍼짐하니 지 몸을 불리기 시작한 무는 
백김치와 맛김치 그리고 가자미 식해 재료로 갈무리하면 되겠고,
헛개나무 열매는 제 집을 자주 찾아오는 택배기사분이 눈도장을 진작에 찍어 다음주 정도에 훝어가실 겁니다.
지난 추석 가족 모임 때에는 그나마 멋진 자태의 굵은 밤톨 몇 알, 제대로 찾은 레시피 대로 만든 개성 장땡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말린 홍고추 그리고 중간 마당 텃밭의 대파를 가족들과 조금씩이나마 나누어 먹을 수 있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올해는 밤톨과 대추 수확이 정말이지 부실했지만, 빨간 우체통 옆 밤나무 한 그루는 그나마 제게 풍성한 열매를 주었고
대추는 작년에 말린 것이 남아 있어 개투덜되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들도 올 한해를 안식년처럼 해걸이를 제대로 하며 잘 쉰 것 같아 저는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반대로, 중간 마당 컨테이너 옆 참나무에서는 도토리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고 있는데
그건 제 집에 사는 토종 다람쥐 부부의 몫입니다.
저처럼 조금은 게으르게 사는 것이 야생 동물들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오늘 마석 오일장에서 장을 보면서 희주가 먹고 싶어하던 도토리 묵 대신에,
이즘 오일 장터에 나오기 시작한 메밀묵을 샀습니다.

메밀묵~~~~
찹쌀떡~~~~

어렸을 적 밤늦은 시각에 들었던 그 소리가 그대로 맛의 추억이 되는 나이가 저도 되었나 봅니다.

올 한해의 마무리는 예년처럼, 가자미 식해 담그기로 최종 갈무리할 겁니다.
지난 추석 가족모임 때 사용하고 남은 현금을 저는 마석 오일 장터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었고
저는 제 가족들 모두의 추억 속 입맛에 맞게 그 가자미 식해를 담글 책무가 생겼습니다.
남은 돈과 함께 제 몫의 다음 달 가족 여행비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저는 사람을 먹이는 일과 들냥이에게 값싼 사료를 먹이는 일상에 결코 궁색하지도 주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특별할 것도 없는 제 기본적인 일상의 행위임을, 저는 압니다.

택배로 받아 놓은 국내산 더덕 1kg을 살짝 데쳐 길이 방향으로 칼집을 얕게 내고 돌려깍기로 껍질을 벗겨
나무 절구 방망이로 살짝 두들겨 손질을 마쳤습니다.
아주 조금을 무침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건조기에 넣어 살짝 말려 장아찌를 만들 겁니다.
지난 두 달여 간, 저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검찰과 언론 그리고 기성 야당 정치인의 메카시적 선동을 보며 지내느라
피곤함이 깊었지만, 부동산과 사교육에 매몰된 대한민국이 방향을 틀어 나아가야 할 여정에 
제 나름의 분노를 더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민의 응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정직하게 내놓아야 하고
국민들은 계속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는 국회에 들어갈 판.검사와 변호사 출신의 숫자를 정말 최소한으로 줄여야 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년 전의 가을 끝자락이 되새김질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