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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새벽에 눈을 뜨면 덧옷을 껴입고 텃밭에 내려가--새벽에는 한기가 여전히 느껴지기 때문에--
소확행의 실체인 여러 작물을 돌보는 일이, 이맘때면 늘 그러했듯이 제게는 제일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텃밭을 열심히 돌보다 보면 겨우내 제 몸 밖으로 튀어나온 뱃살이 원래대로 되돌아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것을 보니, 그냥 막걸리 뱃살이겠거니 하고 너무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려 합니다.

오늘은 제가 태어난지 만 60년이 되는 날입니다.
국민연금 납입도 이달이면 끝입니다.
여동생이 보내준 카톡 내용에는 제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생일 축하금도 가족 여행통장으로 보냈다는 얘기도 들어있었습니다.
제 나이를 깨닫게 해준 여동생에게 고맙다는 회신을 보내고
오늘도 텃밭의 풀들을 편안하게 정리해주었습니다.
이제는 텃밭의 풀들을 보면서도 예전처럼 악다구니를 써가며 싸우지 않게 되었는데,
그네들을 통제가능한 개체수로 적절하게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텃밭에 풀이 없어야 한다는 망각에 젖어 제 자신을 참 힘들게 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꾸준히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며 그 잡풀의 개체수 조절에만 신경쓰다 보니
작물도 잘 자라고 제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 졌습니다. 
그 풀들을 백지장처럼 순수하게 텃밭에서 지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임을 저는 나이 60에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 텃밭 한켠에 심은 헛개나무를 가지치기하면서, 닭백숙을 만들 때 넣으면 좋을 크기로 자른 나무 한 토막을 넣어
--저는 물로 세척 후에 필러로 껍질을 벗겨냅니다.--,
토종닭 한 마리를 고았더랬는데 이틀을 쉰 희주와 백숙, 닭곰탕, 닭칼국수로 세 끼니를 다양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 보양식의 대표 주자인 삼계탕이 유명 음식점에서 어떠한 가격대로 팔리고 있는지도 그때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네 서비스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그에 합당한 서비스 비용을 당연하게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유명 식당의 삼계탕 값은 너무 앞서가도 한참 앞서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지만,
그러한 값을 지불하고 먹겠다는 사람들은, 제가 모르는 어떤 특별한 맛과 분위기에 대한 자기 만족감이 있을 거라는 느낌 정도는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부터, 제가 어떤 음식 레시피를 검색할 때면,
가장 먼저 너저분하게 나열되는 어느 특정인의 레시피를 불편하게 여길 때가 저는 많습니다.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레시피를 자신들의 블로그나 SNS에 정성을 다해 소상히 소개하는 그 분들의 정성에 처음에는 감탄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 부터 가정식 밥상의 낯익은 소소한 음식들을 제게 가르쳐준 분들의 정성스런 글들이 파묻히는 것이 
저는 간혹 마음이 아픕니다.
그도 지나갈 유행이려니 가볍게 생각하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친 그 마음들이 불편합니다.

한기총의 대표인 어느 목사의 지랄맞은 언행이나,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정치인과 기레기들이 지들 입맛에 맞게 달릴 댓글을 두고 휘날린 말이나 기사 한꼭지에
제가 쉬 휘둘리지 않는 것을 보면, 저는 나이 60이 제대로 든 것 같고 
제 텃밭의 잡풀들도 이제는 그 개체수 조절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