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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하염없이 쏟아지기 시작한 첫눈을 맞닥뜨리면서
오늘 하루가 만만치 않겠다는 조짐을 저만 느끼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여튼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그친 그 첫눈은, 첫눈치고는 아주 거하게 오셨습니다.

수동은 마석까지 이어진 지방도로가 거의 세네 시간 동안 마비되었었는데
마석역 전전 정거장에서 버스를 내려 눈쌓인 길을 걸어가서 전철로 출근할 수 밖에 없었던 희주에게는
아주 고달픈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어제 내린 폭설로 인해 출근하는데만 5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집에서 제 차로 한 시간 일찍 출발해 수동면사무소까지 바래다 주었는데도 그러했습니다.
차량들이 움직이지 않아 저도 지레 포기하고 버스에 옮겨 타도록 했는데
그때부터 내내 직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버스나 전철에서 전혀 앉지 못했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여튼 어제는 첫눈에 대한 반가움 보다는 불편함이 컸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겨울맞이 훈련이 덜 된 어리버리한 상태였기 때문일 겁니다.

제 차도 집까지 바로 올라오지 못하고 제설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벽계수 산장 삼거리 길가 깊숙이 넣어두고는 
즐거움이 신명까지 오른듯한 목이를 챙겨 겨우 집으로 올라와서는 데크에 쌓인 눈을 넉가래로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데크에 10cm 정도로 두텁게 쌓인 눈을 치우고 진입로의 눈을 넉가래로 서너 차례 밀었을 뿐인데
자루의 목이 똑하고 부러집니다.
수명이 다된 빗자루를 해체해 끝단에 전기 테이프를 둘둘 말아 넉가래에 박아넣어 피스로 고정 후 사용하던 중에
다시 또 자루가 뚝하고 부러집니다.

장마철 비는 따로 치울 필요가 없는데
이 눈은 제때 치우지 않으면 저와 원수지간이 됩니다.
그러한 상태를 경험한 적은 이제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러하니 그러한 관계유지를 위해 다시금 차를 조심스럽게 몰고 내려가, 철물점에서
넉가래 규격에 맞는 교체용 자루 2개와 온전한 넉가래 한 개까지 사들고 힘들게 다시 다녀왔던 것이 어제 정오쯤입니다.

어제는 희주에게나 저에게도 예의 그러한 평범한 하루가 되지 못했지만,
희주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상차림으로 내놓은 유부초밥과 맑은 순부두 찌개 그리고 잘 삭혀진 가자미 식해는
어제는 이미 가고 없음을 얘기해주는 치유의 밥상이기도 했습니다.
무를 양념하여 가지미 식해를 마무리 할 때, 처음에는 짠맛이 조금 강했었는데
지금은 그맛이 제가 생각했던 부드러운 짠맛으로 제대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는 첫눈이 거하게 오셨고
오늘은 그 미안함을 가리려 안개가 짙게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