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월 십이일이 제 쉰 두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늦게 다소간의 시차를 두고 수동에 들어온 미선이와  미솔이 그리고 희주가
제게 생일 선물을 풀어 놓았습니다.
미선이가 건낸 봉투 한 면에는 보낸 이의 정체성을 담은 수식어와 함께 조카들의 이름이 각각 예쁘게 씌어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미선,
그냥 미솔,
개구장이 세웅'
 
그 봉투를 열어 보니 수표 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느라 그 편지까지 읽어 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아침 그 봉투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제 지갑에 넣고는
그 편지를 읽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찡했습니다.^^*

' To 삼촌,
삼촌!  안녕하세요.ㅋㅋ
저희 집안에서 '아름다움'을 맡고 있는 미선이에요.ㅋㅋ
이래저래 또 바쁘게 몇 달 지내고 나니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애요.
입학하고 지나지 않을 것 같았던 1학기가 어느새 금방 지나가는 걸 보면 말예요.ㅋㅋ
생신 축하드린다구 쓰는 편지가 말이 좀 길어졌네요!ㅋㅋ
한동안 못 찾아 뵈었는데 잘 지내시죠?ㅋㅋ
할머니랑 삼촌이랑 언니랑 목이랑, 또 공주도 수동에서 지내는 게 저는 부러워요!^^
집도 이쁘고, 새도 많고, 밤도 딸 수 있구, 별도 많이 보이고.
여름엔 시원한 계곡도 가깝고!
아직 철이 없어서 그냥 한없이 좋기만 한가 봐요.ㅋㅋ
삼촌 생신이라구, 언니가 준비한게 많은가 봐요.ㅋㅋ
그럼 수동에서 뵈요!

Dear 마이 엉클,

삼촌!
언니 편지 중에 첫째 줄 보고 놀라지 마세요!
언니는 '아름다움'을 맡고 있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삼촌~
저 미솔이에요.ㅋㅋ
많이 찾아 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삼촌 많이 힘들어 하시고 허리도 아프신데......
많이 도와드리지도 못해서 죄송해요.
더 많이 도와드리도록 노력할게요.ㅋㅋ
항상 건강하시구요.ㅋㅋ
그럼 전 여기서 그만! ㅋㅋ
생신 축하드려요!!

삼촌께!!!

삼촌 안녕하세요
생일 짐심으로 축하해요.(이놈아! 짐심이 아니라 진심이란다.)
앞으로는 말 잘 들을께요.(솔직히 기대도 안한다, 이 삼촌은......)
삼촌 사랑해요.
2010년 6월 12일 일요일(이 녀석아 그 날은 토요일이야!)
 세웅 올림.'

조카 세 녀석의 편지를 읽으면서 제 나이듦이 깊이 느껴졌지만
여동생이 연출했을 그 편지에 대한 고마움은 그와는 또 다른 감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맙다, 조카들아!

희주는 제 건강을 생각해서 홍삼 농축액과 몇몇 기능성 약품과 케익을 선물로 주었는데
저는 그 보답으로 냉장고에 있는 온갖 식재료와 텃밭의 채소를 따다
즐거운 먹거리를 만들어 주는데 인색함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