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 뜰과 텃밭 이야기

2004년 봄에 지금 살고 있는 수동 집의 토목공사를 얼추 끝내고
그 다음 해인 2005년 4월 5일 식목일 날,
조경석 틈에 200주 정도의 철쭉 세 종류(영산홍, 자철, 백철)를 지인들과 함께 심고
만세를 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건축 공사에 들어가 2달만에 뚝딱 목조주택을 지었습니다.
이 때가 있었기에
제게는 해마다 기쁜 봄날을 맞이 할 수 있습니다.
겹벚꽃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월요일 날, 뜻하지 않게 출근하게 된 희주를
목이와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한 철축꽃이 응원을 보냅니다.
비탈 법면에 심은 꽃잔디와 보라색 매발톱 꽃이 요염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남빛 매발톱 화단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번식을 시켜 보는 눈이 즐겁습니다.
와인 빛깔의 매발톱 꽃입니다.
빨간색과 흰색 그리고 노란색의 매발톱 꽃도 있는데 번식에는 실패했습니다.
아래 마당의 텃밭입니다.
어제는 우선 옥수수와 찰토마토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가운데 세 줄의 이랑에는 고구마를 심을 계획입니다.
컨테이너 바로 옆 작은 텃밭에는 도라지와 취나물이 자라고 있고
개집 옆 텃밭에는 어제 아삭이 고추와 파프리카 그리고 샐러드용 채소를 심었습니다.
5년 전 이맘때의 삭막했던 모습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잘 자라거라!
내 마음을 땜빵하는데 시각적 위안을 얻는 꽃잔디 전용 화단입니다.
희주의 짐이 많으니 차로 오랜만에 종점까지 데려다 주어야겠습니다.
튤립이 화사하고 우아하게 미소짓습니다.
할미꽃들만 사는 작은 화단입니다.
이제 은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릴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빨리 데려다 달라고 보채니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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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하는 희주를 배웅하는 목이.jpg (157.6K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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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주와 목이.jpg (167.4KB)(3)
그 날이 없었으면 지금도 없었을 겁니다.
특히 라면죽을 끓여 먹으면서도 모두가 아주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지금 기계 세팅 땜시 엄청 정신 없으시죠?
하지만 곧 그 녀석이 하이파이브님 말을 잘 들어 돈을 많이 벌어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때 순대국밥 얻어 먹으러 나가겠습니다.
오늘 잠시 수동 의원에 다녀오는 길에
화원에 들러 고구마 줄기 한 단을 사다 심었습니다.
근데 그 고구마가 어떤 고구마인지도 묻지 않고 받아 들고와서는 심어버렸습니다.^^*
나중에 먹어보면 알겠지요.
사진 한 장이 많은 회상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추억과 사랑과 정이 있는 라면죽이었죠.
그렇게 편리함이 갖추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다소 불편한채로 끓여 먹던 라면죽.
황량하던 석축에 연산홍 심고 몇년후 풍성한 꽃밭을
희망하던 그 마음,
그 희망이 꽃으로 화사하게 피어난 이 봄에
봄꽃들의 향연을 기쁨으로, 보람으로, 삶의 열매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년에 대면하지 못했던 백철꽃이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꽃이나 사람이나 관계의 손길이 필요한데 그 정성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때를 아는 마음의 소통인 것 같았습니다.
재작년 이맘때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을 때
경황이 없어 그해 한여름에 미친듯이 뒤늦게 가지치기를 했더니
그 다음 해인 작년에는 철쭉꽃이 제대로 피지를 않았었습니다.
돌보는 것에는 저마다의 때가 있음을 그때 알았습니다.
올해는 제대로 그네들과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가만히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내가 부러 그랬겠니?"
그네들이 대답합니다.
"저희들도 그런 사정을 익히 아는지라 한 해를 쉬었답니다.
그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 마음이 멋진 감응의 단순한 언어를 만들어냅니다.
"와우!
이해해줘서 고맙다!"
빛의 3원색인 RGB가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최종적인 색깔인 백철을 보면서
꽃잔디 가운데도 흰색이 유독 늦게 피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올해는 흰색의 매발톱 꽃을 만나지 못했는데
하늘의 조화도 조화롭지 못할 때가 있음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60%정도의 백철을 만나 볼 수 있어 기뻤는데
제가 그네들의 성정이나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실의 난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실, 난은 게으른 사람이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깊은 관심과 정성도 지나치면 그게 독이 되는 모양이라고, 저는 생각했었는데
하여튼 해마다 제 집 거실에 놓인 난은 꽃을 피웁니다.
저는 돌계단가의 백철꽃을 참 좋아합니다.
근데, 제네들은 저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알지 못했었습니다.
참, 같이 살면서 벌어지는 아이러니입니다.
지난 3년 동안 공들여 만든 제 작품입니다.
나도 저런 형태의 것을 만들 수 있었다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동 깊이 들여다 볼 때가 있는데
솔직히 얘기하면, 그네들 스스로의 삶이 만든 겁니다.
영산홍과 백철 그리고 자철이 이제 모두 만개했습니다.
더우기 꽃잔디도 분홍색과 자색 그리고 흰색 모두 만개했습니다.
이때가 수동 비금리 제 집이 가장 아름다울 때입니다.;
너희들은 다음 주면 다음 해의 언약을 주면서 자연 속의 풀잎으로 녹아들겠구나.
그동안 고마웠다.
넝쿨 장미 화단 앞의 흰색과 분홍색 꽃잔디가 어우러진 자리입니다.
정말 제게는 눈이 부십니다.
개집 옆 층층나무 아래, 제가 10여년 전 만든 작은 의자에 앉아
저는 서울 막걸리를 마실 때가 요즘 잦습니다.
그게 제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인가 봅니다.

옛날 생각이 납니다.
푸른바다님과 소나무님, 그리고 깊은바다님 당연 우드포유님 모두가 행복한 하루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바로 엊그제 2004년 어느날!
내가 동생을 잃고 어려움을 겪을 때 내 곁에서 함께 해주신 분들이라는 것도 잊고 산지 오래되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너무 반갑고 고마운 생각입니다.
사진 한 장이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메모리인줄 몰랐습니다.
특히 뒷쪽으로 허허벌판이었었는데 마음을 안정시키는 풍광으로 바뀔 지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며 그 것들을 바라보고 싶어 집니다.
따님도 이제 숙녀가 되어 있었군요.
혹여 가까운 장래에 사윗감이 이곳으로 찾아오면 우드포유님의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까요?
암튼 봄이 와서 너무 좋습니다.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