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 뜰과 텃밭 이야기

글수 73
진달래에 맺힌 꽃봉우리들이 개화를 시작할 즈음
그 아래쪽 산기슭 도랑가에 심은 개나리도 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봄꽃인 밝은 노란색의 개나리 얼굴이
비가 올듯 말듯 잔뜩 찌푸린 하늘을 도리어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그네들이 심술궂고 변덕스러운 하늘의 조화를
도리어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엿보았습니다.
분홍빛 진달래 꽃 무리와도 지난 며칠 동안 마주하면서
참, 수수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아마 치장하지 않은 맨 몸에 제 빛깔의 얼굴 표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그랬나 봅니다.
그 느낌은,
제가 목욕탕에서
다른 남자들의 발가벗은 몸과 얼굴이 잘 매치된 사람을 몰래몰래 훔쳐보던 느낌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바로 며칠 전,
건축일을 하는 친구 녀석이 부동산업을 하는 국민학교 여동창생과 함께
부근의 땅을 둘러보다 수동에 잠시 들렀는데
현관 안에 진동하던 진한 화장품 냄새에 잠시 혼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제가 개나리와 진달래 꽃무리에서 수수함을 보게 된 것은.
이맘때 피는 다른 꽃들에게도 가야 할 해빛을 위해서
그네들이 옷(잎)을 뒤늦게 입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