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 뜰과 텃밭 이야기

5년 전 수동에 집을 지을 때
아래 마당에는 산기슭을 따라 배수로 형태의 작은 도랑이 형성되었는데
그 아래로는 합병 정화조의 관과 기초 주변의 배수를 위한 유공관이 함께 묻혀 있습니다.
장마철을 제외하면, 그 도랑으로 물이 흐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 때를 제외하고는 양평 누이댁에서 옮겨 심은 머위만이 무성하게 자랄 뿐입니다.
집이 앉은 곳 산기슭 쪽에는 두 개의 집수정이 있는데
3년 전 장마철에 아래 마당의 흙으로 돋은 작은 둑이 터진 적이 있었습니다.
집수정 뚜껑에 쌓인 낙엽을 제때 거두지 않아 집수정 안으로 들어가야 할 빗물이
그대로 그 작은 도랑을 타고 흘러 내려가다 보니 그 만만치 않은 수량에
텃밭의 둔덕처럼 만들었던 둑이 그만 터져버리고 말았던 것인데
그후 조경석으로 쓰다 남은 돌과 텃밭을 만들면서 모아 놓은 크고 작은 돌을 쌓아
지금은 그 산기슭과 제 터의 어엿한 경계가 되었습니다.
그 경계가 되는 곳에서
노란 빛깔의 개나리 꽃이 활짝 피려고 합니다.
아마도 2, 3일 후에는 그네들의 밝고 선명한 미소를 저는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참 어렵게 그네들과 저의 인연은 시작되었는데
그 사연은 이러합니다.
3년 전 이맘때,
외방리의 어느 집에서 잘 자라고 있던 개나리들이 몽땅 뽑혀
비금리의 어느 집까지는 제대로 왔는데
그네들은 비닐 천막에 덮혀서는 한여름까지 그대로
헌신짝같이 버려진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래 마당 산기슭과 진입로 부근의 석축을 쌓은 곳에 그때,
그네들 가운데 몇 몇을 옮겨 심었던 것인데 80% 정도는 살았지만
작년에는 몇 송이의 노란 빛깔 개나리 꽃을 보았을 뿐입니다.
아침에 뜰을 산책하다 보니
이제는 원기을 회복한 그네들의 무수한 빛깔이 더욱 화사하고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 찬란한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반갑구나, 개나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