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 TV의 수목 드라마 '추노'를 지난 석 달 동안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TV 화면 속에 비친 크고 작은 배역의 인물 모두가  제게는 현실 속의 인물들처럼 다가왔었는데
주연급과 엑스트라에 이르는 수 많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극작가의 허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입체적 메시지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KBS의 인적 시스템이 막강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 드라마였습니다.
  
그 드라마에는 객관적 관찰과 심리적 동조를 해야 할 인물들이 너무도 많아
저는 특히 추노꾼 '대길'과 포수 '업복'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집중하며 시청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전통적인 배경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던 그네들의 순수한 사랑과
잠재적인 시대개혁 사상가로써의 면모가 제게 강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극의 시나리오를 쓰신 분이 시대를 읽어 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전 돌아가신 박춘석님도 우리 세대에 수 많은 주옥같은 명곡을 남기고 돌아가셨지만
그 곡을 받아 부른 가수들 만큼 주목받지는 못하셨었습니다.
제가 즐겨 부르는 노래조차 그 분의 작품인지를 모르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제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에 대해 잠시 회의가 들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추노'라는 드라마 속의 짧은 영상을 위해 기술적으로 수고한 분들이 엄청 많았을 겁니다.
그 분들 이름이 올라오는 시간에 다른 채널로 옮긴 제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저마다 추노나 노비처럼 살면서도 짐짓 좌의정처럼 행세하려는 마음을 저는 채널을 돌리는 그때 알았습니다.

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애쓰신 분들께 지송^^*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희주가 친구들과 함께 어느 교수님을 만나
자신들이 취업할 수도 있는 강남의 어느 피부미용 전문 샵을 갔더랬습니다.

밤 12시 가까이 되어 집에 돌아온 희주와 잠시 차 안에서 얘기를 하는 중에
그 샵에서 일하고 있는 30대의 어느 아주머니가
교수님이 사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이리 얘기했다고 합니다.

"나 때는 월 25만 원을 받고 일을 했는데
너네들이 받을 45만 원이면 괜찮은거야.
3개월 마다 다른 곳은 5만 원을 올려주는데
우리 샵은 10만 원씩이나 올려주니 그것도 좋은거지"

하루에 13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답니다.^^*
 
희주와 친구들이 밤늦게까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희주야!
앞으로는 그 교수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빠가 보기에 그 교수는 인력(노비) 장사꾼인 것 같구나.
피부미용 전문 샵을 가진 그 교수는 그 지위를 이용해 업계의 가격이나 임금 카르텔을 형성하는데 능한 것 같구나.
그냥 아빠 돈이 떨어질 때까지 편히 쉬거라!"

차 안에서 잠시 희주와 나눈 대화내용인데
'추노'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희주와 함께 공부한 단비의 아빠도 저처럼 처음에는 엄청 분개하여
교수가 소개시켜준 그 샵에 쳐들어갈 생각도 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시간당 최저 임금도 주지 않으려 하는지......

아이들이 태어나서 어엿하니 제 몫을 하기까지 20여 년 동안
우리 아이들은 이런 저런 자본시장의 먹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절절이 듭니다.

저는 시간강사일 것 같은 그 교수의 행태에 대해서
삼육보건대학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전공을 포기하고 사무직이나 다른 알바로 빠져 나가는 현실에는
먹이 사슬의 한 지점에서 지 것을 챙기면서 방해자의 역할을 하는 그러한 꾼이 있기 때문인데
학생에게는 불행 그 자체입니다.
학교도 애써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취업현장의 현실로 호도할 듯 싶은데,
지들이 가르친 학생들은 학교가 인증하니 이 임금 밑으로는 절대 취업시킬 수 없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아이들을 더 열심히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