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 - 내 마음 네 마음

글수 114

어제 새벽부터 수동 비금리에는 많은 눈이 내렸는데, 황홀한 설경(雪景)에 하루 종일 파묻혀 지냈습니다.
오후 늦게까지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듣고는 오전에 잠시 데크 위에 쌓인 눈을 석가래로 치웠는데
그새 쌓인 눈이 상당합니다.
제 집 터의 산책로 초입에는 경계용 초소 역할을 하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는데
그 위에 쌓인 눈의 양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희주를 깨울 때, 희주가 정상적인 출근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저는 진작 알았는데
평소처럼 일어난 희주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마석에서 현리방향의 지방도로에서 제 집으로 올라오는 진입로의 길이는 약 24미터 정도인데
희주와 함께 쌓인 눈을 치우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희주를 일찍 깨운 것은 제 나름으로는 희주의 대처방식을 보려던 것이었는데
희주는 뒤늦게 그날의 사태를 알아채고 담당 매니저에게 연락을 하여 뒷수습을 하였습니다.
하여튼 그날 우리 가족은 비상식량을 꺼내 먹으며 행복한 눈 속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제 집에는 열흘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이 항시 구비되어 있습니다.^^*
아래 마당에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정도의 길을 만드는 희주의 모습이 희주의 핸드폰 사용요금에 걸맞지 않았습니다.^^*

길이 24미터의 도로에서 열심히 제설작업하는 희주의 모습을 보면서
또한, 군대간 선배와 너무 열심히 전화통화를 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그 녀석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려던 찰라에 희주가 묻습니다.
"아빠, 전방의 군인들도 지금 눈을 치우겠지?"
헐~~

TV 보도(報道)를 보니,
서울과 경기도에 쏟아진 한 세기만의 재해(災害) 성격의 폭설(暴雪) 얘기로 가득했는데
우리네 상황적 정서와는 다른 해외 토픽을 그리 열심히 찾아 보여주던 사람들이
눈 쌓인 도로에서 스노우 보드와 스키를 타는 몇몇 젊은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보도를 보면서는 우리들의 인색함을 느꼈습니다.^^*
이 눈으로 인해 겨울 가뭄이 한풀 꺽일 거라는 얘기는 왜들 안할까요?

산과 나무들이 쏟아진 눈으로 인해 휘청입니다.
마치, 술에 취한 내 몸처럼......

누군가에게는 불편했을 그 폭설이 제게는 그날, 아늑함 그 자체였었는데
이는, 저마다의 생각과 처지(處地) 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밤나무!
여전히 마른 잎새를 달고 있는 그네들을 보면서
간혹, 그네들의 깊은 사연을 알고 싶은 마음으로 깊이 들여다 봅니다.

밤이 깊어 갑니다.
쌓인 눈이 어두운 밤을 더욱 밝힙니다.
그 밝힘에는 미약한 가로등 하나가 마치 근원처럼 버티고 서있는데
어느 때 부터인가 제 집 앞 도로가의 그 가로등은 제 분신이 되었습니다.

흐트러짐 없는 내 영혼의 불꽃!
수동 비금리의 가로등 불빛이 예쁜 이유이기도 합니다.
